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전용면적 114㎡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매각을 추진 중인 데 이어 9억원 이상의 고가 84㎡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4㎡가 국민주택규모이긴 하지만 '로또'라 불릴 정도로 시세가 고가에 형성돼 있는 경우 공사의 부채 감축과 공공사업 강화를 위해 파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28일 SH공사와 서울시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서울시와 114㎡ 대형 시프트 2200여가구를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는 리츠에 넘겨 별도 운영토록 결정하면서 고가의 84㎡도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SH공사 관계자는 "국민주택규모를 넘어서는 114㎡를 공사가 계속 보유하는 게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처럼 84㎡ 중 시세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도 부채부담을 안고 계속 가지고 가는 게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공사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규모나 가격의 주택은 장기적으로 매각하고, 그로 인해 유입되는 유동성으로 본래 취지에 맞는 주거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

공사는 우선 114㎡ 2200여가구를 리츠에 매각해 부채를 줄이고 적잖은 현금도 손에 쥘 수 있다. 현재 매각 대상 주택 관련, 장부상 부채로 잡히는 총 보증금이 6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손실처리되는 수선유지비와 특별수선충당금은 한해 300억원 수준에 육박한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84㎡의 경우 현재 8261가구가 공급돼 있고 이 가운데 서초구 반포자이 등 강남·서초 지역에 공급된 주택 대부분이 9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 주택에 대한 리츠 매각이 이뤄지면 공사는 추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다만 서울시는 114㎡ 이외 84㎡의 리츠 매각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매각이 성사되는 데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시는 리츠 출범이 이제 초기 단계인 데다 임차인의 권리와 공공성 측면 등 고려할 게 많아 일단은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는 시각이다. 당장은 리츠로 운영주체가 바뀌는 것이지만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면 처분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

114㎡ 리츠 매각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재무나 운영 구조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공사는 114㎡ 매각 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9억원 초과 84㎡에 대한 집계와 매각 관련 논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