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이상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와 터미널 등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확장된 김해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의 절반 규모까지 커져 2026년 개항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프랑스 용역조사업체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신공항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용역 결과가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라고 평가한다"면서 "이번에 제시된 김해공항 확장방안은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이를 통해 장래 영남권 항공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 영남권 전역에서 김해공항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김해공항이 영남권 거점공항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대안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용역조사를 벌여온 ADPi 측은 부산 가덕도 혹은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신설하는 방안,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ADPi 측 수석엔지니어인 장마리 슈발리에는 "4개의 경우를 적용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방안이 최저 818점에서 최대 832점으로 600~700점대를 얻은 밀양과 가덕도 신공항 시나리오보다 앞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접근성은 물론 운영상의 용이성, 환경적, 정치적 영향을 고려할 때 최종적으로 가덕도는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자연적인 입지가 적합하지 않고 접근성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밀양에 대해서도 "접근성과 지형 문제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간 영남권 신공항은 부지 선정 문제를 놓고 밀양 선호파와 가덕도 선호파가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대구·경북, 경남, 울산은 우수한 접근성과 경제성 등을 내세워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산은 가덕도가 24시간 운영 가능하고, 필요시 확장도 할 수 있다며 지지론을 펼쳤다. 신공항 입지 선정 이슈가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면서 국토부는 지난해 6월 프랑스 ADPi에 의뢰해 1년 시한으로 연구용역을 맡겼다.

ADPi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항공운영, 주변 개발, 대기조건, 연계 교통, 건설비용, 환경영향 등 9개 기준과 국내외 공항 건설사례 등을 고려해 30여개 세부평가기준과 가중치(배점) 등을 정하고 심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그동안 신공항 부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부산과 경남, 울산 등 영남권 민심도 들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신공항 입지 선정에 따른 갈등 국면에서 최악의 결과를 모면했지만 부산과 경남 주민들 모두 "정치적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자칫 두 곳의 민심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