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이 주요 건설업체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하면서 해당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에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GS건설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또 SK건설과 한화건설 신용등급을 종전 A, A-에서 각각 A-, BBB+로 강등했다.

GS건설 신용등급은 올해 4월 A+에서 A로 강등된데 이어 등급전망도 안정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미청구공사금액이 3조원에 달해 GS건설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미청구공사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올해 3분기 기준 GS건설의 미청구공사금액은 3조1739억원에 이른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금액 비율은 34.3%다.

한화건설은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한화건설은 올해 3분기에만 284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1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년 연속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해에 비해 영업흑자가 확대됐지만 높은 부채비율에 발목이 잡혔다. 2013년과 2014년 대규모 영업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영향이다. 올해 3분기 기준 SK건설의 부채비율은 301%다. 업계가 안정권으로 보는 부채비율 250%에 비해 5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상환우선주를 차입으로 간주하면 SK건설의 부채비율이 551%로 급등해 재무구조가 상당히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위험자산 및 적자규모가 큰 건설사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며 "유가 하락에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겹치면 건설업황 자체가 크게 위축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예정된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업체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장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으려면 차환을 발행해야하는데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조달 금리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 주도의 한계기업 구조조정, 미국 금리인상 임박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점도 자금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올라온 통계를 분석한 결과 SK건설은 내년 20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중 2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1000억원이다. GS건설도 당장 내년 2월 회사채 3200억원을 갚아야한다.

한화건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회사는 내년 3월과 4월, 8월 각각 100억원, 1500억원, 2500억원을 갚아야한다.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총 4100억원이다.

차환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갚고자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건설업체들이 회사채 상환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금리는 발행 직전일 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금리 평균에 가산금리를 더해 계산된다. 가산금리는 만기 3년을 기준으로 보통 0.1%포인트가 붙는다.

IB업계 관계자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신용등급 하락 전 발행한 채권이어서 차환 금리는 기존에 비해 더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발행 금리가 인상되면 해당 업체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최근 들어 크게 악화됐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건설 및 조선 등 업종에 대한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업황 위축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이달 11일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1000억원을 차환발행 대신 보유현금으로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된 탓에 차환 발행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 역시 이달 6일 만기도래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현금상환을 선택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 차환을 발행하기가 더 어려워지는데 자체 현금으로 빚을 계속 갚아나갈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