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전·월세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가 열렸다. 새누리당에서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정부에선 현오석 경제부총리,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와 여당이 20일 당정 협의를 열고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한 지 하루 만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거래 정상화, 전·월세 수요자에 대한 지원 및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28일 당정 협의를 다시 열어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전세난이 주택시장 침체에 기인한 측면이 큰 데다 단기적으로 전세 공급을 늘릴 만한 뾰족한 대책이 마땅치 않아 고심에 빠진 상태다. 또 상당수 대책이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9월 국회에서 야당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법 개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칫 대응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정은 그래도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세 가지 주제 외에도 정부가 추가로 다른 대안을 마련해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세 갈래 대책 중 전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주택 거래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세 수요자들이 주택 매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란 분석이다. 실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마저 전세에 머무르다 보니 전셋집이 부족해지고 전세금이 치솟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주택 구매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이미 발표한 취득세 영구 인하 도입 시점을 내년 초에서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는 9월로 앞당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 거래 공백을 막겠다는 것이다. 6월 말 취득세 한시 감면이 끝나면서 7월 주택 거래가 3만9608건으로 6월의 30% 수준으로 뚝 떨어진 거래 절벽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국토부는 주택 구입 때 대출 부담을 추가로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생애최초 및 근로자 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 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대출 한도를 높이는 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정은 9월 정기국회에서 주택 시장 정상화 관련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 통과가 1순위 목표다. 특히 사실상 임대 사업자인 다주택자가 적극적으로 주택 구매에 나서야 전·월세 공급도 늘어 당장 임대차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안도 조속히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찬호 연구위원은 "주택 구매가 살아나는 것만큼 확실한 효과를 낼 만한 대책이 없다"며 "취득세 영구 인하나 4·1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방안들을 일제히 시행해 시장에 지금 집을 사도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보증부 월세(반전세)나 순수 월세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전세에만 몰리는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다.

정부는 월세 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의 경우 300만원 한도에서 월세액의 50%까지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공제 방식을 바꾸면서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전·월세 대출 금리를 조정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집주인이 안전하게 월세를 받을 수 있도록 월세 보증 제도를 강화하면서 세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 수준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매년 반복되는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대를 만든다는 취지다.

우선 올해 예정된 공공 임대주택 입주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임대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또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검토한다. 매입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제 지원을 하거나 사업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