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채권단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행 약정 체결이 늦어지면서 해외 사업장에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해놓고도 3개월 이상 지났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다. 일부 채권은행이 "지원 규모가 너무 커서 약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는 등 갈등만 커졌다.

워크아웃 실행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쌍용건설이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해외 사업장에서 피해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쌍용건설은 이번 주 중 워크아웃이 실행되지 않으면 해외에서 수주가 유력했던 20억6500만달러(2조3270억원) 규모의 공사를 모조리 날릴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재무구조가 불안해 공사를 주기 어렵다는 게 발주처의 입장인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호텔·오피스 빌딩 등을 짓는 사업비 14억달러 규모 복합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본 대형 건설사가 고급 건축 실적이 우수한 쌍용건설을 골라 이례적으로 컨소시엄을 이뤘다.

한·일 합작으로 발주처에서도 "공사 결과가 기대된다"고 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발 주처에서 10일 "워크아웃 개시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다른 기업에 사업을 양보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왔다.

중동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수주를 준비하고 있는 40억달러(쌍용 지분 11억3300만달러) 규모의 지하철 공사도 이번 주 성패가 결정된다. 김석준 회장이 발주처를 찾아가 설득까지 했지만, 오는 14일까지 워크아웃이 확정됐다는 공문을 보내라는 사실상 최후통첩이 온 상태다.

국내 1400여개 협력업체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반응이 많다. 2500억원에 달하는 밀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워크아웃 실행까지 미뤄져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채권 은행은 2분기(3~6월) 결산을 앞둔 상황에서 당장 장부상 손실로 기록되는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강하다. 또 채권단에 속해 있는 캠코(자산관리공사)와 군인공제회의 비협조도 걸림돌이다.

채권단은 금주 중으로 워크아웃 실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