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초구가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 구간(6.4㎞) 지하화 사업에 대해 사업규모·특성상 2030년 후에나 추진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사업이 단기간에 실행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일부 소문·보도에 대해 "장기검토대상"이라며 사실이 아님을 9일 밝혔다.

앞서 일부 매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에서 '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업 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입장을 바꿔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울시는 그동안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원래 서울시 '도로정비기본계획'에 짜여진 대로 사업 추진 여부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법 제6조에 따라 수립된 서울시 '도로정비기본계획'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2030년 이후 장기검토 대상사업으로 지정돼 있다. 시는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은 아니지만 사업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사회·경제·안전·기술 문제 등 고려해야할 부분도 상당해 물리적으로 현 시점에서 검토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교통정체 개선과 지역단절문제 등을 해소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도시계획 측면과 강남북 균형발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교통처리방안과 기술적인 사항 등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 계획에 포함된 강남고속터미널 이전 한 문제만 두고도 수 년 간 검토가 필요한 만큼 장기검토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업 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장기검토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사업이 단기간에 실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초구는 오래 전부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대해 군불을 때왔다. 지하 40m 깊이에 고속도로인 '스피드웨이'를 만들고 그 위에 강남권을 연결하는 저심도 도로를 뚫는 식이다. 지상은 녹지 공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과 연계되는 대형 상업시설을 짓는다는 방안이다.

서초구는 지난해 4월부터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국내 5대 학회와 함께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11월엔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고 올해 1월에는 전문가·시민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5대 학회가 추산한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 구간 지하화 공사비는 3조3000억원 수준이다. 엄청난 금액이지만 고속도로가 지하화되면 필요성이 사라지는 반포·서초·양재IC 등 IC 부지만 매각해도 공시비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서초구의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 공간은 다른 용도로 새로 조성하는 '복합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로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1차적으로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