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체들이 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사업장별 공정률과 미청구공사 규모를 처음 공개했다. 미청구공사는 말 그대로 공사를 하고도 청구하지 못한 대금, 즉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17일 1분기 사업보고서를 발표한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업체 10곳의 분기 말 현재 미청구공사 대금 총액은 6조6721억원(전년도 매출액 대비 5% 이상 계약고 사업장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중동 프로젝트발 미청구공사 금액만 4조1629억에 이르렀다. 전체 미청구공사 금액의 3분의2가량을 중동 대형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셈이다.

중동 경기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이들 중동발 미청구공사 금액이 악성 미수채권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우리 업체들이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 시장에서 프로젝트 수주를 하며 이란 정부나 공기업 등에 공사대금 지불 보장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별 업체 중 미청구공사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별도 기준 1조3528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미청구공사 대금이 발생한 곳은 신한울 원전 프로젝트(1411억원) 1곳뿐이었고 나머지 1조2000여 억원은 모두 해외 현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UAE 원전공사(3925억원), 쿠웨이트 해상교량 프로젝트(1655억원),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1411억원), 카타르 국립박물관 공사(1211억원),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547억700만원) 등 중동 미청구공사 금액이 9300여 억원에 달했다. 중동을 제외한 해외 발주 프로젝트 중 1000억원이 넘는 미청구공사 대금을 기록한 곳은 베네수엘라 정유공장(1559억원), 1곳뿐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잔액이 1조1417억원에 달했다. 계약금액이 매출액 대비 5% 이상인 사업장 50곳 중 31곳에서 미청구공사 금액이 발생했다. 개별 사업장 중에서는 UAE 타크리어 RRE 프로젝트(1786억원), 가즈프롬 바드라 프로젝트(1499억원), 사우디 루브레프 얀부(Luberef Yanbu) 정유시설 확장공사(1099억원) 등의 순으로 미청구공사 금액이 많았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도 1조원대에 육박했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총 987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의 가장 큰 미청구공사 사업장은 모로코 SAFI IPP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다. 공사금액만 1조971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로, 공사가 3분의1가량 진행된 가운데 미청구공사 잔액이 2333억원 발생했다.

이밖에 GS건설(8619억원), 삼성물산(7295억원), 한화건설(5577억원), SK건설(5430억원) 등의 미청구공사 금액도 5000억원을 웃돌았다. 대림산업(2401억원), 롯데건설(1453억원), 포스코건설(1128억원) 등은 상대적으로 미청구공사 금액이 많지 않았다.

미청구공사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아예 돈을 떼일 확률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채 공사대금을 떼일 경우, 장부상 영업이익으로 잡혔던 부분이 곧바로 손실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증권사 건설담당 연구원은 "우리 건설업체의 미청구공사 대금 대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다"며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미청구공사 금액이 손실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