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건설의 경영정상화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두산건설에 따르면 3년전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만기가 올해 12월 돌아온다.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RCPS는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발행 회사에서 상환을 받거나 발행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두산건설은 매년 RCPS 주주들에게 이자 26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두산건설이 발행한 RCPS 계약에는 '국내 신용평가사 두 곳 이상이 모회사인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을 내리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단서조건이 달렸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달과 이달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해 RCPS 주주들은 만기일 전에 상환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두산건설 RCPS에 대한 재매입을 결정한 것은 주주들의 조기상환이 이어질 경우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조기상환이 요청된 RCPS에 대한 재매입에 나서면 이에 따른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매입한 RCPS에 대한 만기 연장과 재매각이 추진되면 두산중공업에게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이 계약에 따라 두산건설이 발행한 RCPS에 대한 부담을 나눠지고 있지만 아직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건설 차입금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이중 7000억원 정도의 만기일이 올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업계는 두산건설이 자금난에서 벗어나려면 현재 추진 중인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 매각에 성공해야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두산건설이 2013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영업권을 넘겨받은 HRSG사업부는 매년 영업이익률만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알짜 부서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자금난에 빠진 두산건설 지원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수혈과 함께 HRSG사업부 양도를 결정했다. 해당 사업부를 넘겨받으며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에게 양수대금으로 지급한 금액(현물출자 포함)은 37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HRSG사업부의 매각방식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유 지분 100%를 넘기는 진성매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두산건설은 해당 사업부 일정 지분만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지분 100%를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100억원에서 200억원가량의 영업흑자를 유지하는 사업부여서 경영권까지 넘기게 되면 매각성사 가능성은 높다"며 "실제 국내외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해당 사업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핵심 사업부 매각이 장기적으로는 두산건설 영업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영업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사업부서 매각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라며 "매각성공 이후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하더라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부문을 육성해야만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