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發) 경제위기가 신흥국으로 번지면서 아시아 및 중남미 지역의 수주실적도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해외건설협회 건설통계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따낸 공사는 계약금액 기준으로 35억8946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72억468만 달러의 5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저유가로 재정상황이 악화된 중동 주요 국가가 공사발주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수주금액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중동에서의 수주실적 감소가 뚜렷했다. 이달까지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 계약에 성공한 공사는 7건, 7222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11억4460만 달러의 6.3%에 불과한 실적이다.

주요 산유국에서 비롯된 재정난이 신흥국으로 번지면서 중동 대체시장으로 불렸던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의 수주실적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 지역 수주금액은 16억3141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20억8606만 달러에 비해 21.8% 감소했다. 중남미에서 따낸 공사 계약금액은 6억216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억5680만 달러와 비교하면 수주실적이 98.5% 줄어들었다.

저유가 기조 장기화로 브라질 등 신흥국들 경제상황이 악화되며 이들 시장에서의 수주실적도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 주요 국가들은 벌어들인 오일머니 상당량을 그동안 이머징 마켓으로 불리는 신흥국에 투자해왔다. 재정수지가 악화되면 중동 산유국들은 투자했던 오일머니 회수에 나서게 되는데 이때 현지 국가의 통화가치(달러比)도 하락하게 된다.

신흥국들 역시 발주와 관련된 예산을 달러로 편성하는 구조여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재정수지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정부가 1달러 당 4링깃을 기준으로 발주 계획을 세웠다면 1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는 4억 링깃을 예산으로 반영한다.

달러 강세로 링깃·달러 환율이 1달러 당 5링깃까지 상승하면 말레이시아는 1억 달러 규모 공사에 5억 링깃을 투입해야 한다. 달러 가치 상승이 신흥국들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이 해외건설 대체 시장인 신흥국들의 발주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금융·경제 제재 해제로 제2 중동붐에 대한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며 "이란이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 국제유가 하락세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쌓인 원유 재고량은 최대 6000만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는 연말까지 하루 평균 최대 15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생산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하루 280만 배럴인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430만 배럴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다만 중남미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가 발주될 예정이어서 이 사업을 국내 업체들이 따낼 경우 수주실적이 회복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