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공항공사가 진행하는 기술 개발사업을 사전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항공사가 자체적으로 R&D 사업의 추진 여부를 판단했으나 앞으로는 기획 단계에서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의 R&D사업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같은 전문기관의 사전 평가를 받게 될 예정이다.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예비타당성조사'와 비슷한 기능의 절차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정부는 R&D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적절하게 추진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법상 항공안전과 관련된 사항이라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 법을 근거로 R&D 사업 사전검사나 진행 중 과정 등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항공법 제153조는 항공안전과 연관된 경우 질문이나 검사를 진행할 수 있고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사항이 발견되면 항행안전시설 등의 운용을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항행안전시설 관리·감독에 발벗고 나선 것은 공항공사의 R&D사업이 조작과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서다.

지난 2월 공항공사가 R&D사업으로 직접 개발한 계기착륙장치(ILS)가 성능 미달로 정부의 비행검사에서 여러 차례 탈락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ILS는 사전공항과 대통령 전용기가 이용하는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 설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공항공사가 군용장비인 전술항행표지시설(TACAN)을 공군에 납품하려고 비행검사 결과를 조작한 것도 드러났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전술항행표지시설 납품 기일을 어겨 29억원을 배상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등 5명과 외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한국공항공사 R&D 정상화를 위한 민관합동 조사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2월18일부터 본격 조사에 착수했으며 계기착륙장치가 왜 국토부 비행검사에서 여러차례 불합격했는지, 전술항행표지시설의 비행검사 내용을 짜깁기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했다.

국토부는 당초 3월26일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길어져 이달까지 2개월 넘게 조사를 진행했다. R&D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이 담긴 조사 결과 보고서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조사결과 보고서에는 공항공사 직원의 '납품 비리'를 근절할 방안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조사 결과 공항공사의 R&D사업센터에서 전술항행표지시설 개발과 납품업체 선정 등의 실무를 담당한 직원이 계약체결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포착돼 구속됐지만 이에 대한 근절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공사가 자체 2009년 6월 자체 징계 규정을 개정해 직무와 관련한 금품 향응 액수가 100만원이 넘으면 해임이나 파면에 처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운영 중인데 나름 강력한 처벌"이라며 "공사는 필요한 경우 직원을 고소고발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