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임영록 KB지주 사장과 강력한 경쟁자였던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7일에도 은행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임 내정자는 관치금융 인사를 비난하는 국민은행 노조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했다. 반면 민 행장은 지난 5일 회장 도전에 실패한 뒤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임 내정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명동 본사로 출근했지만 농성 중인 국민은행 노조가 그의출근을 저지했다. 임 내정자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업무 보고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노조와의 물밑대화를 시도해 정상 출근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행장은 차기 회장 내정자가 발표된 지난 5일 저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내가 물러나면 임 내정자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의미에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이날부터 아예 은행을 떠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민 행장의 이런 태도는 금융권의 다른 사람들과는 대조적이다. 최고경영자(CEO) 공모에 응했다가 떨어진 후에도 임기를 채우거나 현직을 유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는 지난 4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점 1층 로비에서 ‘신 관치인사 임영록 사퇴 촉구 및 KB금융 장악 음모 분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참가자들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위 출입기자들에게 일정 시간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엠바고까지 요구하면서 임영록 회장 내정자를 옹호한 발언은 명백한 관치금융”이라며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금융위원장이 부당하게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한 직권남용이자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임영록 회장 내정자는 곧바로 우리은행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 데, 이는 투자 건전성과 상관없이 정부와 금융당국에 일방적인 보조를 맞추는 행위”라며 “정부가 임영록 회장을 통해 KB금융그룹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영록 회장 선임 반대 이유로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대두되고 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위원회 위원장은 “임영록 회장 내정자는 사장 시절 어윤대 전 회장과 함께 KB 금융의 기업 가치를 하락시킨 인물”이라며 “ING 생명과 ISS 투자에 실패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박병권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임 회장 내정자는 사장시절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디트(BCC) 은행에 1조 원 가까이 투자해서 자본금을 반 토막 냈다”며 “투자 전문성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노조관계자는 “임영록 회장 내정자가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철야 천막농성과 출근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