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남 재건축에 집중되면서 리모델링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40곳으로 2만1301가구에 이른다. 대부분 1990년 전후로 지어진 중층 아파트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전면 철거 방식인 재건축과 다르게 기존 건물의 내력벽은 유지한 채 단지를 바꾸는 것이다.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15년으로 재건축(30년)보다 짧고 사업 절차도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 등으로 재건축에 비해 간소하다.

다만 사업성이 재건축에 비해 떨어져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사업지 역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에 비해 수도권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가 가장 활발하다. 분당의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는 올 8월 성남시로부터 건축심의를 받았고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와 정자동 느티마을3·4단지도 안전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아파트는 쌍용건설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다. 옥수극동은 1986년 준공했고 용적률이 21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확정하면서 사업이 속도를 냈다는 평가다. 옥수극동아파트는 용적률 305%를 적용받아 900가구 규모에서 1035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강남 역시 최근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 1753가구를 2015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치2단지는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 중 규모가 가장 커 주목을 받고 있다. 대치2단지는 2018년 상반기 건축심의, 하반기 행위허가 등을 거쳐 2019년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치2단지 외에도 개포동 우성9차(232가구), 개포구 대청(822가구), 대치동 현대1차(120가구), 서초구 잠원동 한신로얄(208가구), 송파구 가락동 현대6차(160가구) 등도 건축심의와 행위허가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 강남 등으로 리모델링 사업 열기가 확산된 데에는 정부의 잇단 규제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우선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이 평균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대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것으로 재건축 시장에서 저승사자와도 같은 규제로 불린다. 리모델링 사업은 이 초과이익환수제에서 자유롭다. 게다가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반면 리모델링은 제한이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그간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리모델링 단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정부 규제는 계속되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돌고 돌아 리모델링 사업에까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수익성보다는 실거주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리모델링 사업으로 늘릴 수 있는 가구수가 최대 15% 3개층으로 제한적이며 내력벽 유지가 필수여서 설계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아직 내력벽 유지가 필수여서 투자적 관점보다는 실거주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