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제시한 '가구당 이사비 7000만원 지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사비 지원 등이 포함된 '특화계획(무상제공)' 비용 5026억원은 전체 공사비(2조6000억여원)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금액이라고 설명한 반면 GS건설은 이사비 역시 통상적으로 공사비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뉴스1이 입수한 '반포주공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입찰제안서 비교표'에 따르면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재건축 조합에 각각 2조6404억원, 2조6363억원의 총 공사비를 써냈다. 총원가를 비롯해 공사손해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재료비를 포함한 직접공사비는 GS건설의 경우 2조3453억원, 현대건설은 2조4384억원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등 간접공사비는 GS건설이 2936억원, 현대건설은 1974억원이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건설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의 뚜렷한 차이점은 무엇보다 이사비 지원 여부다.

현대건설은 2292명의 조합원들에게 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를 제공하겠다고 제시했다. 약 16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게 아니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가구당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기타소득세와 주민세를 제외한 54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사비를 지급받는 해당 조합원이 세금을 내게 된다. 조합원은 이사비 지원 대신 가구당 5억원 무이자 대출도 선택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이사비 지원 등을 위해 5026억원의 특화계획(무상제공) 비용을 책정했다. 이사비 지원 1600억여원을 비롯해 외국산 주방가구 등 건축특화, 보이스 홈 등 전기특화, 미세먼지 시스템 등 기계 특화, 조경 특화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 금액을 총 공사비에서 제외했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사비 지원 금액이 포함된 특화계획 비용을 총 공사비 2조6000억여원 외에 별도로 제시했다"면서 "안정적 재무구조와 신용등급으로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S건설 역시 무상으로 제공되는 특화계획 비용을 2957억원으로 제시했다. 외관, 인테리어, 커뮤니티 시설, 조경 특화 등이 포함된 내용이다. GS건설은 별도의 이사비는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GS건설은 현대건설과 달리 특화계획 비용을 총 공사비에 포함시켰다.

 가구당 이사비 7000만원 지원은 전례 없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이사비 지원을 제시한 적은 있지만 대개 400만~1000만원 사이였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건설이 올 3월 서울 강남구 대치2구역(구마을) 재건축 수주전에서 이사비 1000만원 지원을 제안하며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현대건설이 이사비 지원을 포함시킨 특화계획 비용의 총 공사비 포함 여부다. 통상 정비사업 이사비는 건설사가 마련한 공사비에서 지출됐는데 이를 고려할 경우 현대건설의 총 공사비는 2조6000억원이 아닐 적어도 약 2조8000억원까지는 늘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이사비는 무상으로 제공될 경우 건설사 측이 공사비에 포함시켜 제공하고 무이자로 대여하면 조합 사업비에서 제외한다"며 "일반적으로 1000만원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반포주공1단지 이사비 지원은 조합의 선택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조합은 "건설업자는 조합원 및 세입자의 원만한 이주를 위해 이사 비용 등에 관해 세대당 0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이사비 지원과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사비 지원은) 회사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내린 결정"이라며 "반포주공1단지 수주를 위한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말한 반면 GS건설은 "이사비 지원이 아닌 상품의 품질로 조합원의 마음을 얻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27일 잠실체육관에서 조합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