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 앞에 있는 빠이롯트 빌딩

서울 종로 일대 오래된 랜드마크 빌딩인 빠이롯트 빌딩이 200억원대에 매물로 나왔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종로구 종로 2가 102-3번지에 있는 빠이롯트 빌딩이 지난달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물로 나왔다. 매각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 빌딩은 대지면적 258.2㎡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153.8㎡로 지어졌으며 현재 임차인을 모두 내보내고 내부 수리를 하고 있다. 매각 예상 가격은 200억원 선이다. 지하철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 2가 일대 대로변 빌딩의 경우 호가가 3.3㎡당 2억5000만원 안팎인 것을 고려한 금액이다.

 1959년에 준공된 빠이롯트 빌딩은 지난해 작고한 고(故) 고홍명 한국빠이롯트 회장이 1967년에 매입한 후 계속 보유했다. ‘빠이롯트’ 대형 간판을 달고 있는 이 건물은 1층 전체가 빠이롯트 매장으로 사용됐으며, 종각역 앞의 랜드마크 건물로도 이름이 나 있다. 빌딩은 고인이 작고한 후 자녀 등 유족 6명에게 협의 분할 상속됐다.

고 회장은 1954년 신화사를 설립하며 문구 사업을 시작했으며 1962년 한국빠이롯트만년필을 창업해 처음으로 국산 만년필을 선보였다. 개성 출신인 고 회장은 현금을 중시하고 빚을 지지 않는 개성상인의 경영철학을 실천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지는 좋지만 빠이롯트 빌딩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각역에서 종로로 이어지는 종로2가 일대는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도심의 중심 상권이었다. 하지만 광화문과 종로1가 지역이 1990~2000년대 재개발을 거쳐 중심 상권으로 부각되면서 종로 2가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처졌다.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종로 상권은 매출에 비해 임차료가 높은 편이라 공실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건물에 투자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