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 건설 당시 정부가 시공사와 벌인 모종의 ‘협력’을 숨기기 위해 이들과 공사지연 대금에 관한 중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해군이 2013년 제주지검에 보낸 ‘공기연장 추가비용 지급 사안의 현황과 해결책 검토’ 문서를 공개했다.

앞서 해군은 제주기지 건설이 논란을 낳으며 장기간 중단되자, 삼성·대림 등 시공사들로부터 공사지연 대금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자 해군은 이들과 중재를 하기로 하고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다. 정부기관들이 비슷한 사례에서 소송을 통해 비용 지불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문서에 따르면 해군은 대기업들과의 ‘협력’ 내용이 드러나는 걸 피하기 위해 소송 대신 중재를 선택했다. 해군 측은 “시위대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시공사들과) 상호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대처했던 사항 등 내부적으로 비공개로 남는 것이 바람직한 정황들이 존재한다”며 “중재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되니 그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문서에서 밝혔다.

해군은 또 “기지건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타당하게 추진됐음에도 시위대가 부당하게 사업 추진을 방해해 정부와 시공사가 분쟁을 겪었다”는 시각도 보였다.

앞서 해군기지 공사는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에 따른 청문회, 크루즈선 출항 여부 검증 등 정부와 지자체 행정의 문제가 겹쳐 지연됐다. 하지만 해군은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반대시위에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해군은 시공사인 삼성과 중재를 마친 뒤인 지난 3월 강정주민과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34억원대 구상권 소송을 냈다. 이 의원은 “국가가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운운하며 중재로 250억원을 지급했고, 구상권 소송을 통해 그 부담을 주민과 시민단체에 떠넘겼다”며 “이는 국가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